이시다 이라의 가장 최신작. 이 책 전에 읽었던 게 푸른비상구였나?
푸른 비상구의 작가 후기에 첫 연애소설집을 낸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단편 모음집으로 '1파운드의 슬픔'이 나왔다. 연애 소설집인데 왜 '1파운드의 슬픔'일까. 왜 슬픔일까.

이시다 이라는 나한테 있어서 무언가 마법같은 작가이다.
난 주로 지하철이나 경영대 건물을 걸어올라오는 백양로에서 책을 읽는데 이 사람 책을 읽다가 눈물을 쏟을뻔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상해 이상해. 스토리가 그렇게 특이하거나 엄청 감동적인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하는 것같지도 않은데, 자연스럽게 빠져들어서 감동을 느낀다.

딱히 이 사람이 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에 내가 몰입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면은 에쿠니 가오리나 야마모토 후미오 쪽의 소설에 더 쉽게 몰입된다. 이시다 이라는 짧은 단편으로 사람을 여러번 휘두르고, 책 또한 상당히 빨리 읽히는 .. 개인적으로 요근래 가장 잘 맞는 작가인듯.

열 한가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기억에 남는 몇가지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 순으로 남겨 둔다. 나는 전반적으로 이 단편집이 다 마음에 들었고 이시다 이라의 슬로우 굿바이라는 다음 책이 기대된다.

번째, 하룻밤 상대를 구하기 위해 술집에 가는 젊은 남자.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 저녁이면 하룻밤 지내기 위한 여자를 꼬시러 술집에 가는 생활을 하는 게이지라는 남자가 있다. 어느 주말과 같이 똑같이 술집에 들어섰는데 카운터에 지금까지 이 바에서 만난 여자 중에 가장 이뻐보이는 여자가 혼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다가가서 이야기했지만, 이 여자는 반응이 슬로우한.. 약간은 저능아인 여자였다. 책에서 이 여자의 병이 무엇인지 이 여자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짧막하게 마지막에 그 바람둥이 남자가 여자를 데려다주면서 넘기는 명함. 그리고 친구가 되고 싶으면 전화해달라는 말. 섹스 목적 외에는 여자를 만난 적 없는 남자가 빈손으로 집에 들어가지만,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간다.

번째, 동거하면서 자신의 물건에 이니셜을 쓰는 커플에게 생긴 고양이.
쓰라린 이별 경험이 있는 두 사람 아사요와 도시키는 어떤 물건이든 소유권을 확실히 해두자는 사람들이다. 장을 볼때도 서로의 것을 계산하고 자신이 산 물건에는 커다랗게 자신의 이니셜을 써넣는다. 소유권 명기의 습관. 그러던 어느날 이 커플에게 고양이가 생긴다. 여러 고양이 중에 침착하고 똑똑한 표정을 하고 있는 폼 잡는 녀석을 가져왔고, 이니셜을 쓰지 않는 유일한 물건이 생긴다. 그 고양이는 태어날때부터 심장에 구멍이 나있고 의사는 수술을 하던지 편안하게 보내줄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한다. 부유하지 못한 커플이지만 둘은 밤에 열심히 고민하여 고양이 수술을 결정하고 함께 하는 느낌을 갖는다.

번째, 둘다 서른 다섯인 한달만에 한번씩 만나는 커플.
둘다 바빠서 한달에 한번 겨우 만나고, 짧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커플 이야기.
"역시 세익스피어는 대단해."
마호는 도요키의 손을 자기 가슴에 갖다 댔다.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점 1파운드."
도요키는 겨우 깨달았다. 아마 중학교 떄 그 연극을 봤을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야?"
마호는 도요키를 흘깃 돌아보고는 다시 비어 있는 홈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어렸을 땐 누군가랑 헤어질 때 이렇게 슬프지 않았어. 아니, 어쩌면, 난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때 슬퍼하지 않으면 안돼, 하면서 억지로 슬퍼하곤 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달라."
마호는 심호흡을 하며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듯 했다.
"도요키하고 헤어질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의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어. 1파운드가 몇그램이었지?"
"450그램 정도? 심장 부근의 살점을 그렇게 많이 떼어내면 틀림없이 죽고 말걸?"
"난 자기랑 만나고 이별하면서 매번 죽어."
"나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어. 하지만 내 경우는 마호와는 반대야. 내 몸 어딘가가 도려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신칸센도 아마 그럴 거야. 난 이 세상은 우리의 슬픔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 같은 세상 모든 연인들의 무한한 슬픔과 기쁨, 쾌락이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마호와 헤어질 때마다 난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해. 어차피.."
"지금 여기 보이는 모든 게 슬픔 인걸, 뭐."


*관련 링크
이시다 이라의 푸른비상구
이시다 이라의 아름다운 아이
이시다 이라의 4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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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06일 15:30 2006년 06월 06일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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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파운드의 슬픔

    Tracked from KAISTIZEN 06 20, 2006 17:11

    4teen에 이어 이시다 이라의 1파운드의 슬픔을 읽었다. 1파운드의 슬픔이란 어느 정도의 무게일까?, 얼마나 슬프면 감정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어설픈 망상 속에서 책을 집어들었건만, 슬픈 이야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열 편의 사랑 이야기 중 1파운드의 슬픔라는 글이 깄긴 했다. 연애 소설에서의 슬픔이라면 보통 결별이라던가 연인의 죽음을 연상하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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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듀듀듀 2006년 06월 11일 19:51

    오늘 다 읽었다.. ㅡ.ㅡ.. 산지는 한달이 넘었는데.. (읽기 시작한 건 최근 ;;)
    문학의 이해 때문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킄..
    암튼 난 '스타팅 오버' 맘에 들던걸.
    물론 위에 적은 세작품 뿐 아니라 책에 있는 작품 다 괜찮긴 하지만 ㅎㅎ

    • 익살 2006년 06월 12일 10:00

      스타팅 오버가 머였지? =_=;
      이름은 기억에 남았는데 내용이 먼지 기억이 안나네;

      난 이 책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yes 에서 어느 작가 책 나오면 메일 발송해주는 시스템 같은거 있나 찾아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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