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했다고 평가 받는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 랜드 마크

land mark n.
1 경계표
2 육표(陸標)
3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 건조물
4 현저한[획기적인] 사건


이 책의 제목인 landmark는 사전적 의미로 이러한 뜻을 지닌다. 이 책에서 의미하는 뜻은 3번에 해당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1번하고도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책의 스토리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재개발이 한창인 오미야 지역에 새로운 '랜드마크'의 의미로 'O-miya 스파이럴 빌딩'이 세워 진다. 소설에는 여러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이 빌딩 공사에 관련있는 사람들이며 제각각 특이한 모습을 지니고 살아간다. 빌딩에서 공사 인부로 일하고 있는 하야토는 스스로 정조대(!)를 사서 정조대를 하고 다니며, 빌딩 설계사인 이누카이는 바람을 피우고 있으나 바람을 피우는 여자친구나 부인의 상태가 과히 좋지 못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빌딩은 사람들의 꼬여있는 삶을 반영하듯이 나선형으로 계속 올라간다.

이누카이의 여자친구인 나호코는 미국 드라마를 보고 어느 날 갑자기 돈을 주고 사람을 불러서 섹스를 하자고 권한다. 이누카이의 부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나호코는 그러한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이누카이를 사랑하더라도, 정말 즐기는 마음으로 만날 때 만큼은 즐기는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게 그러자고 한다. 그러나 결국 나호코는 포기한다.

“저 사람들 참 대단해.”
나호코가 말한다.
“난, 내가 이렇게 겁이 많은 사람인 줄 처음 알았어. 무슨 일이든 아무렇지 않게 해낼 줄 알았는데.”
이누카이는 아무런 대꾸 없이 머리 밑으로 다시 베개를 밀어넣었다.
“저기, 저 사람들 말이야, 돈을 받으니까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는 건가? 그럼 반대로 우리들은 돈을 지불하니까 아무 짓도 하지 못하게 되는 건가?”
커튼은 젖혀진 상태였다. 하늘이 있을 자리에 건너편 빌딩이 솟아 있었다. 별이 빛날 자리에는 사무실의 불빛들이 켜져 있었다.


이누카이와 같은 대형 건축 사무소 직원은 하루 종일 꼬박 호텔방에 혼자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한다. 책에 짧게 나왔지만 인상적이었던 그의 이야기.
“그냥 침대에 드러누워 책을 읽거나 창을 통해 눈 아래 펼쳐지는 전경을 바라보거나, 그런 것 외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은 생물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수 있나 해서 결국 필사적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책은 인상적인 이야기, 인상적인 인물들을 보여주지만, 하나의 큰 스토리를 가져 가고 있진 않다. 그냥 그 빌딩을 공사하는데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끝이 있는 것도 아닌 … 그런 이야기. 그러나 요시다 슈이치는 스파이럴 빌딩이 단순히 재개발의 중심이 되는 건축물이 아닌, 사람들의 꼬여 있는 삶을 반영하는 …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그림처럼 삶을 옭아 매는 족쇄와 함께 살아가며 결국 죽어가는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Ps. 퍼레이드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퍼레이드는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된 반면 이 책은 무언가 도시의 우울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그래도 읽은 만한 책. 추천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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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01일 11:54 2006년 03월 01일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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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kin 2006년 03월 02일 18:52

    호텔방에 하루종일 누워있기...
    좋네...
    뭐 내 경우엔 하루종일 걸어다니기가 더 좋다만서도...
    여기저기 걷다보면 특이한 생각이 많이 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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