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 중에 하나이다. 블로그에 몇 번 적은 적이 있는데, 마음이 맞고 손발이 잘 맞는 사람과 제대로 된 일을 할 때는 "아,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와서 작은 프로젝트를 왔다갔다 하지 않고 하나 일을 진득하게 하고 있다. 워낙 큰걸 떠앉고 있기도 하고, 지난 팀장님께서 해주신 배려 덕분에 계속 같은 일 또는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사회 생활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디자이너와 개발자 라는 명함을 가지고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처음 본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디자이너, 개발자 양쪽 다 사람도 어지간히 봤고, 결과물도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일단 내 앞에 놓인 큰 짐을 풀어헤쳐보았다. 너 몇년차니? 라고 물어보고 내 대답을 들은 사람들이 우습기도 하겠지만, 나는 건방지게 대답할꺼다. 그래서 당신 지금 이거 나보다 얼마나 잘할 수 있엇겠냐고.
근데 이 녀석을 잘하려면 가장 큰 장벽이 있었다. 리소스의 부족, 팀원의 부재 이런 거 말고 나는 대화가 가장 힘들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대로 기능을 만들지 않는 개발자에게 이건 컨셉이 이렇기 때문에 여기에 이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토론하는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명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어플리케이션 하나만 개발! 이러고 땡 이랬으면 편했을텐데, 위젯부터 만들고 있었으니 하나 두개 변경하거나 새롭게 하려면 말해야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 내 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사람에게 무언가의 말을 던진다는 건 참 어렵더라. 내가 던지는 멘트가 분명 "싸우자" 라는 멘트는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나 또한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에게 던지는 표창들이 있으면 욱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렇듯 회사에서 1년 넘게 하고 있었던 일도 마찬가지고, 최근에 하고 있는 idearecipe 모임도 마찬가지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쉽지 않지만 연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매사가 뚜렷하고 여기서 부터 여기까지는 누구! 이건 그 사람 책임! 다른 사람은 관계 없음. 언제까지 만들고 난 다음에 조립~ 이런 식으로 공장에서처럼 예쁘게 나눠 컨베이어벨트에 올려놓는 방법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큰 프로젝트를 아트로 나누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일이나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그리고 참여자 모두가 생각하는 것. 근데 이 두 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겨울에는 항상 4강에 갈 것처럼 보이는 엘지의 박종훈 새 감독은 연습 후에 선수들에게 돌아가면서 하루 있었던 연습을 정리하는 멘트를 하라고 한단다. 대충 이런 모습일 것이다. "오늘 무엇무엇이 잘 된 것 같고, 무엇무엇은 안된 것 같습니다. 내일도 잘 합시다." 내가 어렸을 적엔 이런 방식들이 참 우습게 보였다. 아니 뻔히 다 아는 걸 왜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 귀찮게?
근데 아니다.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없으면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더 열심히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자기 일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한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만드는 방법의 한 꼭지가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을 유도한다. idearecipe 모임을 만들고 거기서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큰 일은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정리하는 메일을 보내고 좀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메일, 트위터, 미투데이 등등의 기술들이 발전해서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낮아져서 꼭 박종훈 감독이 만드는 시간처럼 모여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들어가는 코스트가 낮아져서 해당 커뮤니케이션이 비중없이 지나가는 하나의 댓글로만 보이기도 한다. 내가 이메일을 쓰지 말고, 손으로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ㅋㅋ 또한 모여서 하는 대화는 상대방의 표정을 읽을 수 있지만, 아주 편리한 매체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낮은 이 녀석들은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진행함에 있어 설레임이 떨어지고 역동성이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사는 세상
또한 커뮤니케이션을 막는 녀석이 하나 더 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레이션은 바로 다음 것이다. 주준영과 이서우가 캐스팅에 대해서 쌓였던 오해가 풀리면서 나오는 나레이션.
일을 하는 관계에서 설레임은 오래 유지시키려면, 권력의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가 아닌, 오직 함께 일을 해나가는 동료임을 알 때, 설레임은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설레임이 무너지고 두려움으로 변질되는 것조차 과정임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회사에서도, 모임에서도 역시 이 말을 이해하면서 사람들과 설레임을 같이 하며, 커뮤니케이션하고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아직도 최선인지 모르겠다. 환경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팀 단위의 좋은 커뮤니케이션, 좋은 생각,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실패했다. 모임에서도 아직은 그렇게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아직 고민 중이고 계속 조율 중이다. 어떤 조직에라도 맞는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을 수는 없다. 그래도 하나에 가장 맞는 녀석을 찾고 나면, 아마 다음 조직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는 건 조금 쉬울 것 같다.
TAG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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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그러게요,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건 없는듯!
...완전 다른 얘기지만,
저 사진의 책장 너무 맘에 드는데요 +_+
ㅋㅋ 책장은 저도 맘에 들어요
'내 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사람' 이 부분 참 공감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내 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사람과 날카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가 참 어렵죠;;
나 있는 부서 상무님도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 익살이랑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 잘 되고 있는 것도 있고 아직 잘 모르겠는 것도 있고.. 덧글로 적기엔 너무 긴 이야기라 패스; 요약하면 질문하기와 공유하기랄까.. 나중에 나 만나면 물어바. 우리 상무님 좀 멋지시거든. ㅎ
오옹 +_+ 어여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ㅎㅎ
저도 평소에 많이 고민하던 부분인데, 일할 때 설렘을 유지한다는 게 중요하면서도 마음만으로 되는건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이런 고민을 공유하는 팀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커뮤니케이션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team dynamics 관련 서적이나 자료들을 겉핥기식으로 조금 봤었는데, 꽤 실용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들이 조금은 들어있어서 도움이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용어가 있군요 ^^;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떠앉고 있다는거 오타겠지만 미묘하게 수긍이 가는 표현인데?
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