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어느 웹사이트의 방문자 14,341명과 함께 모의 음악시장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에게는 무명 밴드들이 부른 생소한 노래들이 주어졌다. 그들의 과제는 각자 호감이 가는 노래들을 잠깐 듣고 다운로드할 곡들을 선택한 다음, 자신이 선택한 곡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의 절반에게는 각 밴드들의 이름과 노래 그리고 나름대로 판단한 해당 음악의 질을 토대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곡별로 다른 참가자들이 다운로드한 횟수를 보여주었다. 이 두번째 집단에 속한 참가자들은 또한, 여덟 개의 '월드(World)'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되었으며, 한 월드에 속한 사람은 해당 월드에 속한 곡의 다운로드 횟수만 볼 수 있었다. 핵심 문제는 사람들이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각각의 '월드'에서 인기를 끄는 곡들이 서로 다를 것인지 여부였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넛지를 당했을까?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총 여덟 개의 월드에서 사람들은 이전에 다운도르된 횟수가 월등히 높은 노래를 다운로드할 확률이 훨씬 높았으며 인기가 없는 곡들은 다운로드할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각 노래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했으며,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해야 했던 대조군에서 월등히 높은 성적을 거두거나 현저하게 낮은 성적을 거둔 노래들이 '사회적 영향이 작용한 월드들'에서는 판이한 성적을 보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 월드들에서는 대부분의 노래의 인기 여부가 맨 처음 다운로드한 사람의 선택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었다. 똑같은 노래도 단순히 처음에 다른 사람들이 해당 노래를 다운로드했는지 여부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었다.

지난 번에 소개한 책, 넛지에서 위와 같은 논문이 있었다. 넛지는 레퍼런스를 잘 달아주었기에 나는 그 논문을 구글에서 찾을 수 있었고, PDF 로 볼 수 있었다. 논문은 science 2006에 실렸었더라. ㄷㄷㄷ

실험 자체가 재미있고,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실험을 게임 아이템을 가지고 고민했던 것이라서 논문을 다운받아서 좀 열심히 보았다. bolt.com 이라는 사이트 실제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었고, 참여한 실험참가자의 수는 7192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음악을 고르는 방법도 나름대로 잘정리해두었고,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노래를 고르기 위한 노력도 참 대단해보였다.

lab 에 가둬놓고 실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sound 한 실험이 아니라고 저자도 인정하고 있지만, 이 방식에는 좀 더 큰 문제가 있어보인다. 이 실험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14세-24세 사이의 미국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른 사람들이 구매한 것에 따라서 추천되는 알고리즘이 얼마나 좋은지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mazon 에서 RATM 1집을 클릭했을 때


예전에는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추천해주었지만, 지금은 그 상품을 산 다른 사람들이 산 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많은 쇼핑몰들이 가지고 있다. 커피 믹스를 구매하는데, 또 다른 커피 믹스가 아닌 A4 용지나, 음료수, 과자(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용품들)를 소개해주는 시스템 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많이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위와 같은 경험들은 추천 시스템에 대해서 좀 더 잘 믿는 경향을 보이게 만들어주었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결과가 더 좀 더 강하게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결과가 정반대로 나올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효과는 정말 클 것이라는 것이고 제거할 수 있으면 제거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또한 논문 외에 책에서도 보면, 마치 사람들이 이렇게 선택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인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랜덤하게 뿌려져 있는 처음 들어본 노래들 중에 어떤 것을 고를 때 다른 사람의 선택에 기대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인가? 여기서 사람들이 다운로드 받을 MP3 를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social influence 에 해당하는 그룹들이 다운로드 받을 MP3 파일을 고르는 시간 자체도 적게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엄청나게 많은 것들 중에 좀 더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 또한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단순히 동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나의 실험 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고, 이 책에는 많은 실험들이 소개되었지만, 각각의 실험을 파헤쳐보면 이런 구멍들이 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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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ifalter 2010년 02월 07일 21:50

    "합리적인"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1)개인의 입장에서 '시간/노력 대비해서 얼마나 좋은 음악을 찾아내고 다운로드 받을 것인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음악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들이 선택한 다른 곡'을 보는 게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는 거고..

    2)단순히 음악성이라든가.. 그런 것만을 갖고 비교해보는 거라면, 본문에서와 같은 방식의 순위 매기기는 굉장히 비합리적인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의 시스템이 사실은 1번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1번과 2번을 그다지 구분하지 않거나.. 1번을 2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초기 선택자들(혹은 알바)에 의해 의견/여론이 조작될 여지가 있는 거 아닐까요? 영화 평론가 점수와 관객 점수가 다른 것처럼요..(완전히 일치하는 예는 아닌 듯 하지만.. ㅎㅎ)

    • 익살 2010년 02월 08일 10:39

      달아주신 댓글은 합리적인을 정의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합리적으로 하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저 실험은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찾기 그걸 다운로드 받는 과업을 진행하는 실험이니 당연히 1번에 해당하겠죠 ^^; 다운로드받은 음악의 음악성을 비교하는건 불가능하기도 하구요 ㅎㅎ

  2. 아아망 2010년 02월 08일 13:05

    야구배트 판매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이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구매한 상품" 목록에 "바라클라바 == 복면"이 있는 짤방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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