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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읽기 시작해서 올 첫주까지 읽은 책. 거의 한달의 시간동안 계속 보고 있었던 책이다. 나는 보통 이렇게 오래 질질 끄는 책들은 거의 다 읽기 싫어져서 깨작깨작 읽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반대로 읽다보면 내 생각과 비슷한 측면들이 있고, 읽다보면 자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서 책에 집중할 수가 없게 되고 딴 생각을 잔뜩 하다가 잠에 들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예술이라는 것은 보통 일상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사용해서 만든 팝아트에서의 캠벨 수프와 내가 먹는 수프는 다르고 아주 멀리있는 수프처럼 느껴진다. 아트,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일상생활과는 아주 거리가 멀고도 먼 것으로 느껴지나, 에릭 부스는 이 책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줄리어드 음대 교수이자, 마케팅 컴퍼니(책에서 보기엔..)를 한 적도 있는 듯한 에릭 부스의 경험은 예술을 할때 느낄 수 있는 기운을 일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p.22 통계 자료 속의 미학
당시 회사를 운영하던 나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한가롭게 연극무대를 꿈꿀 수 없었다. 고상한 예술적 개념은 사업을 한답시고 매번 마감시간에 쫓기는 부산한 사무실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화난 고객에게 낡아빠진 사고방식을 버리고 돈 많은 고객에게 고사안 목표를 세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사업 현장은 내가 과거에 누리던 예술적인 삶의 미학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일, 예컨대 마케팅 계획을 세우거나 연구 결과를 분석할 때, 연극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와 거의 비슷한 기분이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 일은 햄린에 버금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의 진행 과정에서고비를 겪는 순간마다 내가 햄릿 역을 할때나 연출을 맡았을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일을 할 때면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고, 온몸에서 기운이 솟았다. 창조적인 도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마음껏 즐기고 충만감을 느꼈다. 예술과 전혀 무관한 일에서 그런 예술적 경험을 하자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하지만 그때 예술에 대한 과거의 정의와 믿음에 의문이 생긴 것은 확실햇다.

에릭부스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도 아래 생각과 비슷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는 한참 보고 있어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기도 힘들었으니까.

- 반 고흐의 그림처럼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귀중품이거나 공연장에서 대가들이 보여주는 값비싼 공연이다.
- 예술을 언급하려면 특별한 훈련을 폭넓게 받아야 하고, 고상한 단어를 섞어가며 교육받은 사람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특히 현대 예술은 이해할 수도 없고 재미도 없다.
-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변태성욕적인 행위를 사진에 담은 예술가가 있는가 하면 십자가에 오줌을 누는 예술가도 있다.
- 돈이 많은 사람이나 고상한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지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은 '예술을 아는 사람'에게 간추린 설명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 예술은 화려하고 낭만적이어서 아름답기는 하지만 일상의 삶과는 무관하다.

이렇게 느껴진 예술과 우리의 일상이 같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예술 행위의 3가지 포인트를 생각해보자.
  • 세상을 만들기
  • 세상을 탐구하기
  • 세상을 읽기
의미 있는 것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터득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예술행위를 할 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3 가지의 공통점이라 말하고 있다. 이걸 보면 다들 떠오르는 것들이 한 두가지 정도는 있을텐데, 나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하는 업무의 대부분이 이 과정의 순환이다. 의미있고, 쓸모있는 컨셉을 만들어내고, 그와 비슷한 다른 회사의, 또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탐구하며, 그 탐구한 것들과 나의 생각들을 잘 버무려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나의 업무 프로세스이다. 어떤 일이 그런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겠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프로세스를 제대로 모두 거치면서 하는 일도 그리 많지 않다. 에릭부스는 여러 가지 예제와 단어의 어원을 통해 나를 설득했고, 나는 충분히 설득당했다.

책을 보면서 나는 보통 인상적인 페이지를 접으면서 책을 보는데, 이 책은 쓰윽 봐도 20개도 넘은 접은 페이지들이 있다. 그래도 몇 가지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해본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꼭 읽어서 설득당하고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어줍잖은 자기개발서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줄 책이니까.

ps. 아쉽게도 마지막 챕터까지 공감하지는 않았다. 다시 읽어보니, 내가 주로 공감했던 것은 챕터 3까지였던 듯..

p.83. 관찰 - 생각의 혁명
나는 소중한 무엇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랍게도 그때'라고 말하는 순간에 불쑥불쑥 튀어나는 경험을 종종한다. 그때의 기쁨과 놀라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삶에서 우연의 일치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완전히 별개의 사건에서도 어떤 연결고리를 찾아보면, 눈여겨봐야 할 분명한 원칙이 발견된다. 우연한 사고도 의미가 있다. 1854년 루이 파스퇴르는 프랑스 과학원에서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오직 관찰하는 자만이 그것을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p.90. 관찰 - 관찰하되 판단하지 말라.
인식과 해석을 구분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의견을 떨쳐내기가 어려워, 둘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워크숍 참가자가 "나는 그서이 좋다"라거나 "나는 그것이 싫다"라는 식으로 말할 때마다 5센트의 벌금을 물렸다. 이틀이면 초콜릿 쿠키 한 봉지를 살 수 있을만큼의 돈이 모일 정도였다. 하지만 판단하지 않는 인식의 기술을 몸에 익히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런 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는 간단한 훈련을 해보자. 우선 좋은 그림앞에 앉아라. 그것이 사진이라도 상관없다. 편한 자세로 앉아 그 그림과 3-4분 동안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어라. 당신 혼자 이겠지만 큰 소리로 말하라. 이번에는 다른 그림으로 눈으로 돌려라. 이번에도 3-4분 동안 그림과 대화를 나누어라.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라. "겨울인 것 같아."와 같은 당연한 추측도 하지 말아라. 그냥 하얀 색에 회색과 갈색 얼룩이 보인다고 말하라. 상상이나 해석에 가까운 단어도 사용하지 말아라. 가령 "감동적이다.","멋지다"라는 표현이 튀어나오면 허벅지를 힘껏 내려쳐라. 이렇게 '관찰'에만 집중한 후 금지조항을 풀고 어떤 해석이 머리속에 떠오르는지 확인해보라.
... 예술가와 과학자는 두 번째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안무가와 화학자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의 행위는 무척 유사하다. 정확히 관찰하고, 섣불리 추측하지 않으며, 산더미 같은 자료에서 의미 있는 연결 고리를 찾아낸다. 또 직권을 활용하고, 문제의 범위를 좁혀 해결책을 찾아내며, 그들이 알아낸 결과를 비유적으로 세상에 알린다. 따라서 우리가 과학적 접근법을 존중하듯이 예술 행위에 접근하는 법도 존중해야 한다.


첫째, 우리도 베토벤처럼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사무실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사리에 맞게 판단하며, 배우자나 자식에게 당신의 사랑을 알리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짜 맞추는 행위가 바로 예술 작품이다. 비록 영웅 교향곡처럼 치밀하거나 논리정연하지 못하고, 70인조 오케스트라처럼 대단위 조직을 동원하지도 못하지만 그런 행위는 예술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
둘째, 평범한 공간과 구별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그곳이 꼭 박물관이나 공연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내면에서 불끈 치솟는 일종의 경험, 즉 마음가짐이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따라서 이러한 마음가짐을 특별히 관리하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함축된 의미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즉 우리가 베토벤처럼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해서 그 결과까지 똑같다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이루어내는 결과물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엄청난 노력과 비전, 뛰어난 기술, 예술에 대한 성찰, 그리고 우리가 흔히 천재성이라 일컫는 자질이 더해진 결과이다. 그들도 똑같은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고 보편적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 조각을 영감이 깃든 탁월한 솜씨로 짜 맞춘다. 우리가 루돌프 누레예프의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할 수는 없다. 마티스의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겠다고 덤벼들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 대가들을 흉개낸다고 해서 그들의 업적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덧없이 기대치를 갖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그들이 알아낸 것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면 세상을 관찰하는 방법이나 살아가는 방법을 수정하며 삶의 질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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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로잡히는그애ㅋㅋ 2010년 02월 01일 09:13

    앗~ 어제 도서관 가서 봐야지 하고 적어놓은 책제목인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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