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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주로 다니는 지역은 건축물보다는 건축물 벽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간판만 보이는 경우가 많고, 건축물이 얼마나 이 지역에 어울리는지 보다는 간판 폰트, 간판 디자인에 대해서 평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 볼 수 있는 건축물이라고 해도 분당 퍼스트 타워나 TTA 건물, AK 플라자... 등등은 그냥 제각각 지어놓은 건물들일 뿐이다.

근데 안도 다다오라는 사람의 자서전에 가까운 건축책을 구입해서 그것도 이틀동안 정독했다. 건축에 관심없는 내가 책을 구매한 이유는 책 초반에 있는 이 사람의 일하는 장소와 방식이 재미었기 때문이다. 뒷 부분 20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적혀있는 그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도 좋았지만, 나에게 영감을 준 부분은 앞 부분이다.

일단 안도 다다오는 일하는 오피스가 신기하다. 나는 구글 오피스나 IBM 오피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오피스를 꿈꾸곤 한다. 안도 다다오의 오피스는 상당히 신선했다. 자신이 만들었던 소형 주택을 인수하여 증개축해서 쓰다가 그 자리에 허물고 다시 지어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점을 아래에 옮겨본다.

p. 14
내부는 1층부터 5층까지 트여 있다. 보스인 나는 트인 부분의 제일 밑자리, 즉 스태프들이 드나드는 1층 현관을 마주한 곳에 자리를 두고 있다. 결국 층층이 포개진 공간을 통층 구조로 터놓고 제일 밑에다가 중추 기능을 둔 셈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긴밀함을 주는 동시에 나를 핵으로 한 총 25명의 스태프가 긴장감을 가지고 진검승부 현장에 임하고 있다는 강렬한 일체감을 자아내고 싶었다.
내 자리에서 큰소리로 말하면 건물 안 어디에나 잘 들릴뿐 아니라 계단을 잠깐 올라가면 책상에 앉아 일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또한 현관에 앉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건물을 드나드는 스태프들은 반드시 내 앞을 지나가게 되어있다. 외부 연락도 해외 업무 외에는 이메일 금지, 팩스 금지, 개인용 전화도 금지인데다 유일하게 남은 수단인 공용 전화 5대도 내 눈길이 닿는 자리에 설치해두어 스태프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금방 알수 있다.
관리하는 처지에서는 이렇게 모든 것이 탁트여 있어서 언제든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뒤집어보면 보스 역시 언제나 스태프들의 시야 속에 있는 것이므로 팍팍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일하는 공간 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법 또한 마음에 든다. 랩에 있을 때 교수님과 나의 관계는 이랬던 것 같다. 교수님과 나와 1:1 또는 1:2 로 진행을 하고 각자 서로 맡은 일에 대해서 자신이 소재를 정하고 그 소재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도 찾는다. 지금에 비하면 피곤할 정도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싶은 회사도 이런 분위기를 가진 회사이다.

p.17 게릴라 집단 안도다다오 건축연구소
사람들은 조각가나 화가 같은 아티스트와 건축가의 차이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 커다란 차이점 가운데 하나로, 건축가가 제대로 활동하자면 조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혈혈단신으로 창업한 뒤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조직 없이도 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10년쯤 지나서 작업 규모가 커지고 의뢰받는 건수가 많아지면 능력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일정한 조직력 없이는 버텨 나갈 수가 없다. '사회적인 조직을 확보한 개인'이 되어야 비로소 인정을 받고 신용을 얻을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있다. 조직을 꾸리게 되면 당연히 사회적, 경제적 제약이 따른다. 그런 제약 속에서 조직을 머아나 건강하게 유지해 가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예술적 재능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조직이란 굴러가는 대로 놔두면 비대해지게 마련이라 나중에 문득 돌아보면 나를 위해 만든 조직에 나 자신이 휘둘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에 매몰되면 그 건축가는 이미 끝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무슨 까닭인지 건축 세계에서는 그다지 화제로 삼지 않는다.

p.21 보스와 스태프, 1대 1의 단순한 관계
사무실을 열고 몇 년동안은 나와 스태프의 나이 차이도 열 살 정도에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이라 여차하면 손발이 먼저 튀어 나가기도 했다. 다만 디자인 감각이 나쁘다고 해서 질책한 적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건물을 이용할 사람을 배려하고 있는가, 정해진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이다. 내가 묻는 것은 담당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이 일을 완수해 내겠다'라고 자각하고 있는가이다. ... 설계 사무소라는 작은 조직인 만큼 젊은이들을 나쁜 의미의 월급쟁이로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대기업의 직원이라도 된듯이, 즉 '누군가 하겠지', '상사가 책임지겠지'하며 남한테 기대거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는 태도를 허용할 수 없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순서를 정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진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각오하는, 그런 강력한 개인들의 집단이기를 바란다.

나는 예술과는 관계가 별로 없는 소프트웨어쪽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나 건축을 하는 사람들의 책을 보면 작업을 하는 관점이나 일을 받아들이는 마음 가짐은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업 소재에 해당하는 것을 꼼꼼히 보고,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서문과 책 중반에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안도 다다오는 학력주의가 뿌리 깊은 일본 사회에서 대학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기에 더 의미있게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건축과 관련한 부분에도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유명한 건축가가 되어 세계 곳곳의 건축물을 만들면서 각 나라의 문화 차이도 설명해주고 있고, 100년, 200년을 바라보며 건축물을 만든다는 베네치아는 가본 사람입장에서 '아, 그래서 도시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건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 건축 설계하는 사람을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어떤 건물이든 참 재미있는 일이겠다 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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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여러 건물들이 흑백 사진으로 많이 담겨 있다.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어린이 미술관으로 건축물과 강가를 이어서 건축물이 마치 자연의 일부분인양 만든 것이었다. 다른 건축물들도 그런 것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놀고 있는 사진이 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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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하나는 물 위에 십자가가 떠있는 교회.
신앙은 없지만 저 자리에 서게 되면 경건해지고 숙연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건축물들도 볼 것들이 많고, 책을 다 읽고 나니 건축물을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긴 느낌이랄까?
안도 다다오라는 사람의 고집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아래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링크를 달아놓았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쓱쓱 보시길~

ps. 정승기나 웨쥬가 읽으면 좋아할만한 내용일 것 같네 ㅎㅎ

* 관련 링크
Tadao Ando 의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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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한아이 2010년 01월 19일 08:24

    응! 멋있다.
    특히 일하는 마인드가.

    • 익살 2010년 01월 19일 19:22

      밑에서 일하면 고집스러운 사람일테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영감을 주고 롤모델이 될만한 사람이겠지ㅎㅎ

  2. fifalter 2010년 01월 19일 11:35

    아, 멋져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

    • 익살 2010년 01월 19일 19:23

      ^^; 좋아하실 듯.
      물론 앞 부분만 좋아하실 수도 있으니 서점에서 서서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3. 민디 2010년 03월 03일 00:46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게 정말 멋지네요!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

    관련 링크까지 걸어주셔서 잘 봤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

    드려요~

  4. 2010년 05월 21일 21:18

    저 책 3번은 읽은것 같아요 ㅎㅎ
    안도 다다오의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건물처럼
    글에서도 그런 느낌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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