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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미술이 태어난 날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 이야기를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을 쓴 사람들 중 하나, 쓴 사람의 중심에 조승연이라는 사람이 있다. 미술사를 마치 소설처럼 이야기로 풀었다는 점에 있어 큰 호기심을 주는 책이기도 하며, 그 중심에 한국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다. 나는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이지만, 이미 '공부기술', '생각기술' 같은 책으로 유명하더라 (개인적으로 손 뿐만 아니라 눈이 가지 않았을 것 같은 제목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사람들이 미술 그 자체만을 보는 것에 익숙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을 놓치고 있었기에 이런 책을 만들었다는 그의 기획 의도는 참 멋있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멘트이다. 그러나, 정말 사람들이 미술 그 자체만을 보는 것에만 익숙한지는 약간 미지수. 내가 생각하기에 일반 사람들은 고흐의 귀가 잘린 초상화를 보면서 그림이 어떤 스타일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저 귀가 왜 잘렸을까. 저 사람은 왜 저랬을까 라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그게 더 궁금할 것 같다. 미술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술 그 자체를 보는게 익숙한 것이지, 일반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으며,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다.

이 이야기는 1434년,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시작된다.
어느 나라에 속한 도시가 아니라, 상인에 의해서, 그리고 의원에 의해서 움직이던 도시 피렌체. 많은 사람들이 피렌체를 거쳐갔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미켈란젤로를 후원한 것으로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에서 언제부터 예술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는지, 르네상스의 문을 연 코시모 메디치 1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프랑스 예술이 득세하던 시대에 옛 로마의 미술을 다시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민중의 편에 서서 정권을 장악한 코시모 메디치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 진진하게 그려진다. 또한 유명한 가문들의 후원을 받아 예술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의 이야기 역시 정치, 전쟁과 함께 녹아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부르넬레스키가 왜 르네상스 정신의 창시자이며, 왜 돔 형태의 건물을 지어을까?
100년 동안 완성하지 못했던 대성당을 브루넬레스키는 어떻게 완성할 수 있었을까?
마사초는 어떤 성격의 화가였을까?
프랑스 고딕 스타일의 작가와 아닌 작가의 차이는 어떨까?

책을 열심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지 않아도, 위 질문에 대해서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정말 관심을 가지고 중간 중간에 있는 그림이나 건축물들의 사진들을 보게 만들어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책의 주인공은 유명한 예술가나 메디치 가문의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메디치 가문의 반대쪽에 있는 한 가문의 딸이 주인공이며, 그녀의 시선으로 귀족의 시선으로, 평민의 시선으로 미술과 미술가들을 바라 보게 된다. 물론 종종 그녀의 시선을 벗어나 3인칭으로 부르넬레스키와 도나텔로, 코시모 메디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또 하나, 단순히 미술사에 대한 내용만 다룬 것이 아니라, 피렌체 정치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며, 중간 중간 사회상에 대해서도 코멘트가 있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술사를 왜 이런 방식으로 담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왜 미술사 이야기를 하면서 기록조차 남지 않은 하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하느냐고 질문해도 좋다. 역사는 거미줄 같은 것이어서, 한 줄만 잡아당기면 그물 전체가 따라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익명의 누군가를 골라, 그의 인생 한 줄기를 잡아당기면, 권력자들의 음모와 암투, 조각가들의 끌과 미술가들의 붓, 그리고 열여섯 살짜리 여자아이의 비운이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우리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태어나기 위해선 그녀가 꼭 오늘 울어야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오래된 미술품을 비싼 값에 사고 팔고, 박물관을 만들어 관리하는 이유는, 그 속에 지금의 우리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들처럼, 돈을 위해, 성공을 위해, 또는 사람을 위해 몸부림치던 흔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ps. 참고로 4권짜리 프로젝트이며, 아직 1권 밖에 출간되지 않았다 ^^;;

ps2. 앤드 스튜디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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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23일 10:26 2008년 09월 23일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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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odentia 2008년 09월 23일 14:01

    제가 딱 좋아할만한책!!! 지난 부활절에 피렌체에 가고 싶었는데 (3개월전인데도) 저렴한 항공과 호텔은 예약이 차버려서 안타깝게 로마로 바꿔야 했었어요. 왠지 이책 들고 피렌체에 가고 싶은 마음이 물씬물씬..(들지만 우선 이번달은 적자 T.T)
    슈발리에나 아르투로페레스 같은 사람들의.. 오래된 배경의 스릴러??같은 장르를 좋아하는데 그것도 위에 쓰여진 것처럼.. 유명한 작품에 스며든 수백년전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하는게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거든요 ㅎㅎ 한국가면 읽을 책 한권 추가~~

    • 익살 2008년 09월 23일 19:31

      우웃 *-_-*
      로마랑 피렌체를 막 제주도 가듯이 이야기하시다뇨 부럽네요
      처음 읽을땐 스토리가 좀 엉성한데.. 싶었는데 뒤에가니까 스토리가 약간 엉성한 느낌은 잊게 되더군요. ^^;; 미술품들에 관심이 그리 크지 않는데 꼼꼼히 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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