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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작가이며, 레벌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 시리즈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새 책, 영화처럼이다.

영화처럼은 단편 모음집으로 영화와 관련된 5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영화 이름으로 되어있다. 나에게는 리플리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태양은 가득히, 어렸을 적이라 잘 모르는 정무문, 이름만 많이 들었던 프랭키와 자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페일 라이더, 전혀 처음 들어본 사랑의 샘..

전체 이야기가 그렇게 만족스러운 소설은 아니었다.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친구와 같이 열심히 보았던 영화,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힘을 주는 영화, 첫사랑을 만들어주는 영화, 갑자기 나타난 영화와 같은 액션, 추석 속에 담긴 영화.. 이런 식으로 각각 에피소드 마다 몇가지 영화들이 나오고, 각 에피소드는 묘하게 조금씩 연결되어있다. 그러나 그 연결성이 크게 강조되지는 않고, 그 연결성이 신기하지도 않다. 그러나, 마지막 시리즈인 사랑의 샘 하나만으로 이 책은 꽤나 읽을만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기력을 잃으신 할머니를 위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처음 봤던 영화를 찾아 상영회를 열기로 하는 손자, 손녀들에 대한 이야기.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할머니 특유의 오라가 가물가물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손자들 사이에서 할머니의 이 오라는 '괜찮아 오라'라 불리는데, 아무리 고된 일이 있어도 할머니 옆에서 이 오라를 쐬고 나면 "어라, 이거 괜히 걱정했나" 싶어진다. 무슨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할머니의 이 오라는 무적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서 걱정하는 손자, 손녀들의 마음이 나타나 있으며, 영화에 대해서 별로 마음이 없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영화를 알아가는 과정 또한 재미있다. 시네마 천국 같은 느낌이 나는 따듯한 이야기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이 책에서 아픔 속에 있는 사람과 그 사람에게 접근하는 법에 대해서 여러 에피소드에서 다룬다. 얼루기도 하고, 만나지 않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만 하기도 한다. 그 중 지금 나에게 인상적인 느낌을 주었던 멘트들을 옮겨본다.

- 태양은 가득히,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두 주인공의 이야기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가정 사정을 알려 하지 않았고, 고민거리를 터놓고 의논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은밀하고 끈끈한 의존관계가 되리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서로가 아주 평범한 가정의 아이인 것처럼 폼을 잡고 싶었던 것이다. 멋지게 폼을 잡는 것이야말로 우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때로 용일의 눈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는 것을 보고서도 못 본척했다. ... 우리는 닫힌 원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있으면서도, 정작 성역이랄 수 있는 장소에는 절대 서로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 사랑의 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좀 더 알고자 물어보고 난 후
할머니가 욕실로 간 후, 나는 상에 이마를 대고 자신의 경박함을 원망했다. 어중간하게 정보를 캐내려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왜냐하면 할머니와 할어버지의 관계가 어중간하지 않으니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추억이란 성역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나름의 각오가 필요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중간한 관심과 공감과 이해로 사람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가는 것은 흙 묻은 신발로 타인의 집에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굳이 들어가려 한다면, 할머니의 마음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정도의 보물을 지니고 가야 한다.

물론 이렇게 약간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다.
평소같으면 아래와 같은 멘트가 가장 나에게 인상적이었겠지.

- 사랑의 샘, 주인공에게 영화에 대해서 알려주는 하마이시 교수
자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취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귀를 쫑긋 세우는 거야. 그럼 자네는 그 사람이 자네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바꿔 말하면, 자네가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야. 그제야 평소에는 가볍게 여겼던 언동 하나까지 의미를 생각하며 듣고 보게 되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대답을 찾아내려 애쓰는 한, 자네는 점점 더 그 사람에게 눈을 뗄 수 없게 될꺼야. 왜냐, 그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자꾸 던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욱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거고. 동시에 자네는 많은 것을 얻게 돼. 설사 애써 생각해낸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해도 말이지

마지막 단편, 하나로만 해도 읽을만한 소설.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면 빌려서 첫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만 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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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18일 10:13 2008년 09월 18일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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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년 09월 18일 10:56

    파란 박스에 있는 글들이 다 마음에 든다. 따뜻하고 외로워.

    • 익살 2008년 09월 18일 13:00

      ㅎㅎ 응
      대화나 이야기보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주인공의 독백 부분이 마음에 드는게 많은 책이었어

  2. 듀듀듀 2008년 09월 18일 11:13

    뭐야 =ㅠ= 읽으면서 지루하다고 했던 책 리뷰가 왜 이렇게 좋아... ;;

    (혹시 지루하다고 했던 책이 이 책이 아닌가 ;; ㅋ)

  3. cojette 2008년 09월 18일 11:22

    근데 저 박스 안 부분만 보면..뭔가 태양은 가득히는 뭔가 영화와는 살짝 어긋나는 내용인걸 __;

    • 익살 2008년 09월 18일 13:01

      응응
      모든 에피소드가 다 .... 영화 내용하고는 상관이 거의 없음
      주인공이 그 영화를 보는 장면이 잠깐 잠깐 나올뿐.
      마지막 에피소드는 저 제목의 영화는 한번도 언급되지도 않아 ㅋㅋ

  4. Alice Park 2008년 09월 20일 23:17

    걱정거리 별로 없는 마음편한 주말에 별 부담없이 볼 수 있던 책이었던 것같습니다.
    책 사이사이 낯익은 영화제목이 나올때마다 옛날 향수에 졎어 보기도 했네요.

    • 익살 2008년 09월 22일 09:22

      음 그러네요~
      정신없는 하루에 짬을 내면서 봤었는데,
      느긋하게 봤으면 책이랑 더 어울렸을 것 같군요 ^^;;

  5. 사로잡히는여자 2008년 09월 28일 20:30

    GO 보고 난 이후에 쭈우욱 보고 있는 작가였는데...
    볼땐 좀 그랬나봐요? ㅋㅋㅋ
    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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