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생 생활이 1년 남은 어여삐 여기는 후배(?)와 잠깐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졸업은 다가오는데,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지만 취업을 하려고 하면 내가 과연 남보다 나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는 않고, 유학도 고민이고 장래도 고민이라고... 25살의 나이에서 고민이 어찌나 많으신지, 복잡하더라.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아직은 그냥 순간 순간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나이가 아니냐. 마음 가는대로, 마음 편한대로 하렴. 이라고..내가 그 아이였다면, 선배한테 가장 듣고 싶은 말이였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말이다. 어학 연수를 가렴, 석사를 꼭 하렴, 취업은 어디로 하렴. 이런 것보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더 가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젊음의 장점이니까.  

물론 나이는 사람을 조금씩 압박한다.
2008년 5월을 지내고 있는 나는 28살이 되었고, 아직도 철없이 살고 있다. 할일을 하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외동아들 버릇을 가지고 있는건지 내 고집이 쎄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버릇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역시 듣고 나서 결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이런 나에게도 나이는 나를 조금씩 압박한다. 얼마 전에 아카라카를 갔을 때, 신촌을 걸어다니면서 "이야,, 학생이 진짜 좋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면서 학생 생활을 오래 했지만, 종종 빨리 병특도 끝내고, 내가 할일들을 좀 더 빨리 빨리 정했으면 좀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스무살 도쿄"는 이런 후회를 하는 사람에게, 20대 후반에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너네 혹시 이런 고민하고 있니?" 라고 귓속말하는 느낌의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고, 꿈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리고 내 꿈을 잃는 것에 대해서, 내 꿈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고민한다.

주인공 히사오는 지방인 나고야 출신으로, 대학을 정할 때 어떻게든 나고야를 떠나서 도쿄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학교를 정한다. 그래서 별 관심도 없었던 문학부에 들어가고, 연극부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무언가 뜬구름 잡는 듯한 이야기들을 한다. 그 후, 학교를 그만 두고 작은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한다. 카피라이터로 일한다고 하지만, 작은 회사의 말단직원은 별에별 심부름을 다하고, 정작 자신이 일할 시간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꾸준히 성장해서 몇년만에 회사에서 꽤 인정받는 사원이 되었다. 자기 밑에 두 명의 어시스트를 데리고 있고, 자신이 처음에 들어왔을 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밑에 있는 어시스트는 일을 잘 못한다고 궁시렁거린다. 어느 날은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몰래 만들어놓은 선 자리에서 쿨한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일본의 거품 경제와 함께 나아가기도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주인공 히사오의 삶 중에 별로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날 6일을 골라서, 그 날 하루 하루를 길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묘사된 6일에는 앞에서 언급한 고민들이 녹아있다. 사랑, 꿈, 결혼, 과거의 꿈, 청춘.. 

혹시 당신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 5점 만점 5점. 최근 오쿠다 히데오의 책들이 조금은 마음에 안들었는데, 오쿠다 히데오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으로 꼽고 싶다.

1978년 4월 4일_봄은 무르익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도쿄에서 혼자 사는 것도 마음껏 즐겨봐, 응?
 열여덟 살이라. 참말로 좋다, 청춘이란."
그런 말을 절절히 곱씹는 어머니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히사오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 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애 앉아서 남이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짓이야.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돼!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 안 하는 일이잖아? 그러니 안 된다는 게야."

1981년 9월 30일_나고야 올림픽
"하지만 뭔가 창조해내는 쪽에 선 사람이 자기 자신에 빠져있어서는 곤란하지. 요즘 자네가 바로 그래. 카피 라이팅이라는 업무를 빙자해서 세상을 향해 한 말씀 해주시려고 한다든가 내 눈에는 이게 옳으니까 너희는 잔말 말고 따라오라는 식의 공명심이 뻔히 다 보여. 자네가 장래에 뭐가 되고 싶은지, 나는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현재의 다무라 군은 카피라이터야. 뒤에 숨어 있어야 할 카피라티어라고."

1989년 11월 10일_배첼러 파티
"얼마 전에 기타하고 앰프를 처분했어. 신혼집에는 놓을 데가 없다고 해서. 별로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없어지고 나니까, 아, 나는 이렇게 꿈을 포기하는구나, 싶고."
"우스운 얘기지만 내가 아직도 어딘가에서 꿈을 꾸고 있었나봐. 이카텐에 나가고 레코드 회사의 눈에 들어서 혹시 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다음 달이면 서른인데, 정말 바보 같은 소리다만."

* 익살 블로그내 관련 링크
오쿠다 히데오의 "라리 피포"
오쿠다 히데오의 "Girl"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
오쿠다 히데오의 "한밤중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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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26일 10:03 2008년 05월 26일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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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대학생 생활이 1년 남은 어여삐 여기는 후배(?)와 잠깐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졸업은 다가오는데, 이것저것 많이 한 것 같지만 취업을 하려고 하면 내가 과연 남보다 나은 것인지 확신이 들지는 않고, 유학도 고민이고 장래도 고민이라고... 25살의 나이에서 고민이 어찌나 많으신지, 복잡하더라.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아직은 그냥 순간 순간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나이가 아니냐. 마음 가는대로, 마음 편한대로 하렴. 이라고..내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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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o 2008년 05월 26일 11:29

    주말에 '공중그네'랑 '스무살 도쿄' 두권 다 읽었는데,
    이 책이 그동안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 소설 중에서 Best라는데 완전 동감 +_+/
    나도 얼렁 리뷰 써야지...

  2. 웨쥬 2008년 05월 26일 14:36

    엇 궁금하다! 방금 책 질렀는데 ㅠㅠ

    담달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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